시사IN - [대학기자상] 학교가 사라졌다, 동네가 무너졌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20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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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07

ⓒ사진:시사IN 사진부, 사진합성:시사IN 이정현


대학 언론과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은 무엇일까? ‘재기’ ‘열정’ ‘신선함’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그러나 현실에서 대학 언론과 제일 빈번하게 연결되는 말은 ‘위기’이다. 독자들의 관심은 식어가고, 학보사 문을 두드리는 신입 기자들은 줄어든다. 학교 당국으로부터의 편집권 독립이라는 해묵은 딜레마도 여전히 건재하다.

제13회 〈시사IN〉 대학기자상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응모작이 접수됐다. 3년째 심사에 참여하는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올해 출품작 수준이 높아져 상당히 놀랐다”라고 말했다. 어둠이 짙기에 대학 언론의 존재 이유를 묻고 또 물으며 길을 찾아가는 대학 언론인들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지도 모른다.

〈시사IN〉 대학기자상은 총 3차례 심사를 거친다. 1차 심사에서는 〈시사IN〉 편집국 구성원들이 7개 조로 나뉘어 응모작 288편을 모두 검토했다. 2차 심사에서는 팀장급 기자들이 응모작을 평가해 최종 심사에 올라갈 17편을 추렸다. 최종 심사에는 〈시사IN〉 이종태 편집국장과 외부 언론계 인사 4인이 참여해 수상작 6편을 선정했다. 이 자리를 빌려 각자의 매체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지원자들에게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대상을 수상한 ‘부산 대학언론인네트워크’의 박서현·박주현·최희수 기자(왼쪽부터).ⓒ김흥구


■ 대상

무너지는 부산 지역 대학 지역도 무너진다

부산 대학언론인네트워크(〈동아대학보〉 〈부경대신문〉): 박주현, 박서현, 최희수, 권수민, 제서현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에 대학 언론사들이 공동으로 쓰는 사무실이 있다고?’ 전해 받은 주소는 부산의 명소인 자갈치시장 한가운데. 수산물 상점이 들어선 1층을 지나 4층으로 올라가자 ‘부산청년센터’ 간판이 눈에 띄었다. ‘부산 대학언론인네트워크(부산 대언넷)’는 이곳의 한 공간을 빌려 쓰고 있다. 사무실 창으로 보이는 부산 앞바다가 흐린 하늘 아래서도 푸르렀다.

‘부산 대언넷’은 2021년 결성됐다. 출발은 〈동아대학보〉와 〈부경대신문〉이 꾸린 공동취재단이었다. 〈동아대학보〉 박주현 기자(정치외교학 전공 19학번)는 편집국장을 맡으면서 대학 언론사 간 네트워크의 필요성에 눈을 떴다. “학보사를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다. 그런데 〈동아대학보〉가 산다 하더라도 대학 언론이라는 생태계 안에서는 각자도생밖에 안 되겠더라.” 〈부경대신문〉 편집국장으로 활동한 최희수 기자(언론정보 전공 19학번) 역시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고 여겼다. “대학 언론이 오랫동안 침체돼 있다 보니 학보사가 매너리즘에 빠지는 측면이 있었다. 다른 학교와의 협업이 알을 깨고 나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지역 대학의 위기’를 첫 번째 공동 취재 아이템으로 잡았다. 두 학보사의 기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였다. 입학 지원율은 매년 떨어지고, 대학 당국은 학과 통폐합이라는 손쉬운 수단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이날 인터뷰에 참석한 세 기자 모두 다니던 학과가 통합돼 입학 당시 전공과 현재 소속된 전공의 이름이 다르다. 2020년 동부산대학교 폐교는 지역 대학의 위기가 코앞에 닥친 현실임을 실감하게 했다.

당시 편집국장이었던 박주현·최희수 기자와 현재 〈동아대학보〉 편집국장인 박서현(정치외교학 전공 17학번) 기자를 비롯해 두 학보사의 기자 5명이 4개월간 이 아이템을 파고들었다. 폐교한 동부산대 인근 상권을 취재해 지역 대학의 위기가 지역의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포착했다. 교육부가 시행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 사업의 기준도 분석했다. 지방대학을 배려한다는 취지로 개정된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오히려 지역 대학의 교육 역량을 부실하게 만들 위험이 있었다. “‘취업률’이나 ‘신입생 충원율’이 대학기본역량진단 기준에 포함돼 있다. 이를 근거로 대학 당국은 비인기 학과를 쉽게 없앤다. 보통 인문대학이나 예술대학에 속하는 전공들이다. 대학을 학문의 장이라고 한다면 대학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학과들이다. 이런 식이라면 그런 학과는 서울·수도권 지역에만 살아남고 지역 대학에서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박주현 기자).”

처음으로 학보사 간 협업을 시도하고 부산 대언넷을 조직해온 지난 1년간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결실은 뚜렷하다. 〈시사IN〉 대학기자상 대상 수상을 일컫는 게 아니다. ‘부산 대언넷’에 참여하는 부산 지역의 대학 언론사는 2022년 3월 현재 14개 매체로 늘어났다.

 

■ 대상 심사평


힘을 모은 부산 지역 대학 언론 지역 대학의 구조적 문제 제기

최지향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대상으로 선정된 ‘부산 대학언론인네트워크(〈동아대학보〉 〈부경대신문〉)’는 총 네 편의 연재 기사를 통해 지역 대학의 위기를 야기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헤쳤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앙에 기반을 둔 기성 언론 역시 지역 대학의 문제를 종종 다루지만 ‘지방대학은 벚꽃 지는 순으로 문을 닫는다’라거나 ‘어느 대학의 총장이 신입생 미달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는 등 해당 이슈에 대한 일화적 보도에만 급급한 채 구조적 문제점을 제기하는 데는 게을렀다.

이에 비해 부산 공동취재단의 보도는 지역 대학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대학기본역량진단 제도가 어떻게 대학의 서열화를 가속화하며 지역 대학을 고사시키는지 촘촘하고 깊이 있게 분석한다. 특히 신입생 충원율, 정원, 전임교원 확보율 등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배점이 높은 각 지표가 어떻게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원 감축 등의 불이익을 지역 대학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만들어내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해당 기사의 또 다른 미덕은 지역 대학 위기의 당사자인 부산 지역 대학 언론이 공동취재단을 구성해 보도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학신문의 취재 활동이 크게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대학 언론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대해 그들 주변의 문제를 우리 모두의 문제로 확장시키고 나아가 대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크게 칭찬하고 싶다. 심사회의에서는 네 번의 시리즈가 모두 균등한 무게감을 지니지 못하는 등 구성상의 허술함이 약점으로 거론되었지만, 이를 상쇄하는 부산 공동취재단의 진심과 열정 덕에 좋은 심사 결과로 이어졌다.

※수상작 보러가기: http://dongan.dau.ac.kr/news/articleView.html?idxno=12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