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불씨
지난 12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미디어관에서 열린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불씨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제공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미디어관에서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불씨(이하 불씨)’가 열렸다. 전국 대학 언론인이 한자리에 모여 대학 언론의 위기를 함께 의논하는 자리였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고대신문, 대학알리가 이번 행사를 공동 주최·주관했다. 구글 뉴스이니셔티브, 쿠키뉴스, 한국대학신문, 교수신문, 아름다운재단도 후원으로 힘을 보탰다.
1박 2일간 진행된 행사에는 서울, 부산, 대전,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학 언론인 180여 명이 참가해 대학 언론의 위기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첫날에는 위기 진단과 극복 방안을 논의했고, 둘째날에는 대학언론인 역량 강화 교육과 콘텐츠 기획 심사와 시상식이 열렸다.
얽히고설킨 대학 언론의 위기
현장에서 느끼는 대학 언론의 위기에 대해 발표한 한혜정 전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회장은 <한성대신문>에서 지난 2021년부터 3년 동안 일했다. 대학 언론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모든 원인은 얽히고설켜 있다고 그는 말했다. 여러 위기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한혜정 전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회장이 ‘현장에서 느끼는 대학언론의 위기’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정윤채 기자
한 전 회장이 꼽은 대표적 원인은 대학 본부의 편집권 침해, 학생 공동체의 붕괴, 고질적 인력난 등 세 가지였다. 이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한다. 학생 공동체 붕괴로 학생 자치의 영향력과 관심도가 줄었고, 이는 학내 언론기구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졌다. 학내 언론기구는 낮은 영향력과 적은 관심도로 인력난을 겪는다. 부족한 인력은 곧 신문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독자층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독자층 확보와 관심도 향상에 실패한 학보사는 다시 인력난에 부딪힌다.
그 해법에 관해 한 전 회장은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프레임에 갇혀 지금 하는 일을 관성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대학 언론 본연의 임무를 잃지 않는 신문을 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학보사 위기와 지역소멸 담론 별개 아냐
이어 연사로 나선 김규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의장은 지역 대학 학보사의 현실에 대해 발표했다. 김 의장은 2018년 <대구대신문>에 들어가 현재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1년간 비영리 독립언론 <대학알리>에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시리즈를 연재하기도 했다.
김규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의장이 지역 학보사의 현실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정윤채 기자
김 의장은 지역 대학 학보사 기자들은 지역 대학의 위기를 누구보다도 잘 체감한다고 말했다. 대학의 위기 상황을 직접 취재하고 보도하기 때문이다. 취재를 위해 만난 대학 관계자들은 “재정 상황이 녹록치 않다”, “입시철에 부정적 기사가 나갈까 걱정된다”고 말한다. 학보사 기자들은 자신이 속한 대학에 비판적인 기사를 써도 되는 것인지 주저하게 된다. 대학 본부의 긴축 기조에 따라 학보사 편집국에 대한 재정 지원은 거의 없다. 학생 기자들이 받는 장학금도 매년 줄고 있다. 사비를 써가며 취재하지만 싫은 소리를 하기 어렵다. 대학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현 상황의 근본적 원인은 수도권 위주로 짜인 정치 구조와 중앙언론”이라며 “국회 의석 수가 제일 많은 수도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정치 구조와 지역 균형 발전을 시장경제 논리로 비판하는 중앙언론이 바뀌는 게 지역 대학언론 위기 극복의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대학언론인 제1원칙 “반드시 읽도록 만든다”
뒤이어 박재영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대학언론이 나아갈 길에 대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대학언론인이 명심해야 할 제1원칙을 제시했다. “반드시 읽도록 만든다.” 대학언론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독자를 등에 업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1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기준점으로 삼아야 하는 대상은 단연 ‘독자’다. 아이템 선정부터 기획, 기사 작성까지 전 과정에서 독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독자 입장에서 쓰는 독자중심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독자가 알아야 할 것, 그리고 독자가 알고 싶은 것이라는 두 가지 쓰임새가 뉴스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대학언론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정윤채 기자
박 교수는 독자와의 소통도 강조했다. “대학언론인의 강점은 생산자인 기자이면서 동시에 대학 구성원으로서의 소비자라는 데 있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이를 활용하여, 수시로 독자를 만나 토론하고, 독자로부터 희망 사항이나 불만을 접수받는 체제를 갖추라고 그는 조언했다. “편집국장이 주기적으로 독자들에게 편지를 써도 좋다. 독자와의 접점을 늘리면 독자가 대학언론을 알게 될 테고, 그 기사를 한 번이라도 보게 된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180명의 불씨가 틔운 대학언론의 불빛
행사 둘째날인 13일에는 대학언론인 콘텐츠 역량 강화 교육과 2024 대학언론인 콘텐츠 기획 공모전 본선이 함께 진행됐다. 안수찬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콘텐츠 기획과 취재계획 수립의 방법을 강의했고, 최영준 구글 뉴스이니셔티브 티칭펠로우는 취재보도에 활욜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를 소개했다.
2024 대학언론인 콘텐츠 기획 공모전 당선자들(가운데 세 명)이 김지방 쿠키뉴스 대표(오른쪽), 최영준 구글펠로우(왼쪽) 등 심사위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윤채 기자
교육이 끝난 직후 시작된 2024 대학언론인 콘텐츠 기획 공모전 본선에서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진행된 예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11개 팀의 발표가 진행됐다. 각 팀은 ‘청년’과 ‘뉴스’ 중 하나의 키워드를 골라 사회문제를 다룬 콘텐츠 기획안과 취재계획을 발표했다. 심사 결과, <전북대신문> 기자 출신 세 명이 모여 결성한 ‘팀 스튜디오 벅벅’(문채연·안지민·정세진)이 당선됐다. 이들은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유료 스펙 쌓기 프로그램의 실체를 고발하는 기획안을 발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차종관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사무국장은 폐회사에서 “오늘 틔운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이를 발판 삼아 각자의 위치에서 연대하며 함께 위기 극복에 나섰으면 한다”며 “함께 노력하는 대학언론인이 많아질수록 대학 공동체의 민주주의가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5450
대학 언론 되살리려는 180명의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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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미디어관에서 열린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불씨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제공지난 12일부터 이틀간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미디어관에서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불씨(이하 불씨)’가 열렸다. 전국 대학 언론인이 한자리에 모여 대학 언론의 위기를 함께 의논하는 자리였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고대신문, 대학알리가 이번 행사를 공동 주최·주관했다. 구글 뉴스이니셔티브, 쿠키뉴스, 한국대학신문, 교수신문, 아름다운재단도 후원으로 힘을 보탰다.
1박 2일간 진행된 행사에는 서울, 부산, 대전,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학 언론인 180여 명이 참가해 대학 언론의 위기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첫날에는 위기 진단과 극복 방안을 논의했고, 둘째날에는 대학언론인 역량 강화 교육과 콘텐츠 기획 심사와 시상식이 열렸다.
얽히고설킨 대학 언론의 위기
현장에서 느끼는 대학 언론의 위기에 대해 발표한 한혜정 전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회장은 <한성대신문>에서 지난 2021년부터 3년 동안 일했다. 대학 언론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모든 원인은 얽히고설켜 있다고 그는 말했다. 여러 위기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한혜정 전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회장이 ‘현장에서 느끼는 대학언론의 위기’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정윤채 기자한 전 회장이 꼽은 대표적 원인은 대학 본부의 편집권 침해, 학생 공동체의 붕괴, 고질적 인력난 등 세 가지였다. 이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한다. 학생 공동체 붕괴로 학생 자치의 영향력과 관심도가 줄었고, 이는 학내 언론기구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졌다. 학내 언론기구는 낮은 영향력과 적은 관심도로 인력난을 겪는다. 부족한 인력은 곧 신문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독자층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독자층 확보와 관심도 향상에 실패한 학보사는 다시 인력난에 부딪힌다.
그 해법에 관해 한 전 회장은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프레임에 갇혀 지금 하는 일을 관성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대학 언론 본연의 임무를 잃지 않는 신문을 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학보사 위기와 지역소멸 담론 별개 아냐
이어 연사로 나선 김규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의장은 지역 대학 학보사의 현실에 대해 발표했다. 김 의장은 2018년 <대구대신문>에 들어가 현재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1년간 비영리 독립언론 <대학알리>에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시리즈를 연재하기도 했다.
김규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의장이 지역 학보사의 현실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정윤채 기자김 의장은 지역 대학 학보사 기자들은 지역 대학의 위기를 누구보다도 잘 체감한다고 말했다. 대학의 위기 상황을 직접 취재하고 보도하기 때문이다. 취재를 위해 만난 대학 관계자들은 “재정 상황이 녹록치 않다”, “입시철에 부정적 기사가 나갈까 걱정된다”고 말한다. 학보사 기자들은 자신이 속한 대학에 비판적인 기사를 써도 되는 것인지 주저하게 된다. 대학 본부의 긴축 기조에 따라 학보사 편집국에 대한 재정 지원은 거의 없다. 학생 기자들이 받는 장학금도 매년 줄고 있다. 사비를 써가며 취재하지만 싫은 소리를 하기 어렵다. 대학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현 상황의 근본적 원인은 수도권 위주로 짜인 정치 구조와 중앙언론”이라며 “국회 의석 수가 제일 많은 수도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정치 구조와 지역 균형 발전을 시장경제 논리로 비판하는 중앙언론이 바뀌는 게 지역 대학언론 위기 극복의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대학언론인 제1원칙 “반드시 읽도록 만든다”
뒤이어 박재영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대학언론이 나아갈 길에 대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대학언론인이 명심해야 할 제1원칙을 제시했다. “반드시 읽도록 만든다.” 대학언론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독자를 등에 업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1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기준점으로 삼아야 하는 대상은 단연 ‘독자’다. 아이템 선정부터 기획, 기사 작성까지 전 과정에서 독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독자 입장에서 쓰는 독자중심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독자가 알아야 할 것, 그리고 독자가 알고 싶은 것이라는 두 가지 쓰임새가 뉴스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대학언론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정윤채 기자박 교수는 독자와의 소통도 강조했다. “대학언론인의 강점은 생산자인 기자이면서 동시에 대학 구성원으로서의 소비자라는 데 있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이를 활용하여, 수시로 독자를 만나 토론하고, 독자로부터 희망 사항이나 불만을 접수받는 체제를 갖추라고 그는 조언했다. “편집국장이 주기적으로 독자들에게 편지를 써도 좋다. 독자와의 접점을 늘리면 독자가 대학언론을 알게 될 테고, 그 기사를 한 번이라도 보게 된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180명의 불씨가 틔운 대학언론의 불빛
행사 둘째날인 13일에는 대학언론인 콘텐츠 역량 강화 교육과 2024 대학언론인 콘텐츠 기획 공모전 본선이 함께 진행됐다. 안수찬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콘텐츠 기획과 취재계획 수립의 방법을 강의했고, 최영준 구글 뉴스이니셔티브 티칭펠로우는 취재보도에 활욜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를 소개했다.
2024 대학언론인 콘텐츠 기획 공모전 당선자들(가운데 세 명)이 김지방 쿠키뉴스 대표(오른쪽), 최영준 구글펠로우(왼쪽) 등 심사위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윤채 기자교육이 끝난 직후 시작된 2024 대학언론인 콘텐츠 기획 공모전 본선에서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진행된 예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11개 팀의 발표가 진행됐다. 각 팀은 ‘청년’과 ‘뉴스’ 중 하나의 키워드를 골라 사회문제를 다룬 콘텐츠 기획안과 취재계획을 발표했다. 심사 결과, <전북대신문> 기자 출신 세 명이 모여 결성한 ‘팀 스튜디오 벅벅’(문채연·안지민·정세진)이 당선됐다. 이들은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유료 스펙 쌓기 프로그램의 실체를 고발하는 기획안을 발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차종관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사무국장은 폐회사에서 “오늘 틔운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이를 발판 삼아 각자의 위치에서 연대하며 함께 위기 극복에 나섰으면 한다”며 “함께 노력하는 대학언론인이 많아질수록 대학 공동체의 민주주의가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