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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대학생운동 인터뷰 - 대학의 위기와 대학 안의 운동
대학 언론은 대학 민주주의를 위한 필수 요소
-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차종관 집행위원장, 심하연 집행위원
글
강석남
kim3soo91@hanmail.net
본지 편집위원,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박사 과정
연재를 시작하며
대학 문화의 소멸, 학령 인구 감소, 지방 대학 위기, 대학 구조 조정 등 오늘날 ‘대학’은 전방위적이고 구조적인 위기에 직면했다는 위기감이 널리 공유되고 있다. 그런데 ‘벚꽃 엔딩’으로 요약되는 종말론적인 위기 진단의 홍수 속에, 정작 대학 사회의 주요 구성원인 대학생들의 문제의식과 활동에 주목하는 관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모든 사람들이 대학에서 교육받는 것은 아니지만 학령인구 10명 중 7명은 대학에 진학하는 한국 사회에서, 대학이 직면한 각종 위기와 문제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질 수 있는 이는 정말 극소수일 것이다. 우리는 대학교육의 직간접적 당사자로서, 대학 입시를 중심으로 왜곡되게 배열된 각급 학교에서, 대학이 위치한 지역 사회에서 끊임없이 대학과 관계 맺고 있으며 바로 그렇기에 대학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때문에 대학 문제는 사회적이다.
《오늘의 교육》은 현재 대학 사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주체들을 직접 만나 그 현황과 문제의식을 질문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낭만화된 과거의 학생운동에 대한 향수적인 회고나 기성 제도권 정치가 필요할 때만 대학과 대학생을 동원하는 편의적인 태도를 넘어, 오늘날 대학생 주체들과 그들의 운동이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무엇으로 맞서려 하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대학생 주체의 관점에서 문제를 설정하고 대학의 사회적 공공성에 기반한 대안을 향한 연대의 가능성을 찾아보고자 한다.
대학의 위기를 묻기 위해 처음으로 만나 본 주체들은 바로 ‘대학 언론인’이다. 언론으로서 매체를 통해 학생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대학 언론(여기서 대학 언론은 대학생들이 직접 취재·제작·발행하는 모든 형태의 언론 매체 및 그 활동을 통칭한다)은 대학 내 다양한 의제와 담론을 다루는 공론장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학과 대학 사회의 현황과 변화를 가장 예민하게 포착하는 것은 대학 언론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대학 언론 관련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해 보고자 한다.
대학 언론은 일반적으로 매체의 형식과 매체의 발행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분류될 수 있다. 먼저 형식의 측면에서는 일간지 판형으로 주마다 발행되는 학보, 학기당 1, 2회의 긴 호흡으로 책자로 발행되는 교지, 이외에 대학 방송국이나 영자 신문사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발행 주체의 측면에서는 매체가 대학 본부에 소속되었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대다수의 학보사나 대학 방송국 등은 일반적으로 대학 본부의 산하 기관으로서 발행인으로 총장을 두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언론으로서 기능하기 위한 각종 비용을 대학 본부에서 충당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발행이 가능하지만, 구조적으로 본부의 통제와 개입에서 자유롭기 어려워 편집권 침해의 위험이 일상적이다.❶ 대표적인 예가 학보사의 주간 교수와 학보사 기자(대학생)들 간의 갈등이다. 때문에 발행 주체에 따른 분류는 대학 언론의 자유와 이를 통해 실현될 수 있는 대학 민주주의에 관한 쟁점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일상적 편집권 침해의 위험에 반발하여 대학 언론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대학 본부에 소속되지 않는 매체들이 존재한다. 대학 자치 언론 혹은 대학 독립 언론이라 불리는 이러한 매체들은 학생회비 지원을 받거나 운영 및 발행에 드는 비용을 스스로 충당함으로써 대학 본부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운 매체를 추구한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정한 기반 위에서 발행을 이어 가기 때문에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이 항상 문제가 된다.
《오늘의 교육》은 2020년 3월 출범하여 전국 대학을 무대로 대학 언론인 간의 연결과 지원을 꾀하는 ‘대학언론인네트워크(대언넷)’ 차종관 집행위원장과 심하연 집행위원을 만나 오늘날 대학 언론의 현재는 어떠하며, 대학의 위기에 대해 어떤 질문과 답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대학 언론이 위기 극복을 시도해 본 적이 없다
강석남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대학 언론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차종관 대학 내 언론 자유 실현과 대학 언론의 위기 극복을 위해 활동하는 차종관이다. 〈단대알리〉라는 대학 독립 언론에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대학알리〉라는 독립 언론을 재창간해서 2019년부터 활동 중이다. 계기는 대학 생활 중 주변의 친구들이 성폭력을 당하거나 대학원생들이 교수로부터 갑질을 당하거나 하는 문제들을 많이 접했던 것. 나는 2015년도 새내기 때, 학생 식당 봉사로 취약 계층을 돕는 ‘식권 운동’에 참여하면서 대학 내 별의별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학 언론이 그런 걸 조명해야 하는데,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서 대학 언론으로 진로를 잡았다.
심하연 대학 언론 자체에 그렇게 관심이 있어서 들어온 건 아니었다. 대학에 들어와서 학보사 인턴을 했었다. 그런데 너무 홍보성 기사만 쓰게 하고, 선배들도 그런 기사만 쓰는 것 같았다. 3개월 하고 난 뒤 정기자로 지원하지 않고 어디서 글을 쓰나 고민하다가 〈대학알리〉를 찾아서 들어오게 됐고, 어쩌다가 부대표까지 맡았다. 대학 언론이 곧 망하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대언 넷에도 들어와 활동 중이다.
강석남 대언넷을 소개하자면?
차종관 대언넷의 미션은 대학 언론의 위기 극복을 위해 대학 언론인을 ‘연결’하고 ‘지원’하는 것이고, 비전은 대학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실현이다. 시작 자체는 〈대학알리〉로부터다. 비영리 독립 언론 〈대학알리〉는 학보사가 갖는 한계를 넘기 위해 시작된 조직이고, 편집권 침해 차단을 통해 언론 자유를 실현하고자 창간됐다. 대학생의 알 권리와 목소리를 보장하는, ‘문제’를 밝히 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심하연 〈대학알리〉에는 저를 포함해서 학보사가 좀 지루한 친구들이 많이 모여 있다. 교내 언론이나 교지를 안 들어가고 왜 〈대학알리〉에 왔냐 물어보면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어서’라고 대답한다. 만들어진 취지랑도 맞는 이야기지만 실제로 구성원들도 다들 그런 효능감을 가지고 활동하는 단체다.
차종관 2019년 5월에 〈대학알리〉 대표를 맡고 나서 연말에 코로나19가 터졌다. 그때부터 예감이 들었다. 내 임기 안에 독립 언론 확장이 불가능할 수 있고, ‘존버’하는 데 골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처음에는 대학 언론 자유 실현과 위기 극복을 위해 독립 언 론을 전국에 400개를 만들자는 구상이었는데, 그게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면 학보사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학보사를 살리는 방향으로 위기를 극복할 비영리 단체를 만들자 해서 대언넷을 만들었다.
대학 언론이 위기라는 말이 나온 지가 굉장히 오래됐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학 언론들이 주체적으로 위기 극복을 위해 시도한 게 없더라. 대학 언론의 위기가 지속되어 온 건 대학 언론인들의 탓이겠다 싶었고,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의제로 잡게 됐다. 전국 대학 학보사 기자 페이스북 그룹에 들어가 운영도 해 보고 간담회도 해 보니 대학 언론인들에게는 상호 연대와 지원 사업이 필요했다. 서로에 대해 소식도 모르다 보니 서로 참조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단체 활동의 핵심에 ‘연결’과 ‘지원’이라는 키워드가 나왔다.
현재는 대언넷 1기이다 보니 아무것도 안정된 것이 없다. 그래도 2020년에는 페이스북 그룹이나 오픈채팅방, 간담회나 포럼같은 커뮤니티 운영에 주력했다. 2021년에는 ‘대학 언론인 아카데미’ 같은 교육 사업, 대학 언론 전수 조사 등의 사업이 있었다. 2022년에는 각종 정책 사업과 기성 언론과의 협약 등을 추진했다. 2023년에는 대학 언론들의 ‘빅텐트’를 만들려는 시도를 하는 중이다.
강석남 그간 대학 언론 ‘매체’들 간의 연대체나 연합체는 많았지만 대언넷처럼 매체가 아니라 대학언론‘인’을 부각하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다. 단체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차종관 매체를 기준으로 하면 소외되는 사람이 발생하니까 그렇게 했다. (대언넷은) 쉽게 말하면 느슨한 연대다. 원하는 사람만 가입하고 회비 같은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대언넷이 운영하는 오픈채팅방이나 네이버 카페에 가입하면 회원이다. 다만 정책 및 지원을 맡은 집행위원회, 콘텐츠 제작을 맡은 편집위원회, 지역에서의 연대를 추진하는 부산지역위원회 등의 위원회가 있으며 각 위원들은 활동가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단체를 운영하며 전·현직 대학 언론인들이 함께한다. 가입 단위가 얼마나 있는지, 회원이 몇인지 묻는다면 명확히 그려 낼 수 있는 규모는 없다.솔직히 말하면 위원들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언넷 활동에서 무언가 얻어 가는 불특정 다수가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진행 중인 대학 언론인 아카데미 수강생이 250명 정도 된다.
강석남 대언넷은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활동 내역을 보면 커뮤니티 구축, 교육 활동, 대학 언론 탄압 대응을 포괄하는 정책 활동 등이 눈에 띈다.
차종관 대학 언론 커뮤니티 구축을 위해서 페이스북 그룹, 네이버 카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3개를 운영한다. 페이스북 그룹 같은 경우 약 3,300명이 참여하고 있지만 대부분 전직이어서 활성화가 안 돼 있다. 커뮤니티 활동 자체가 솔직히 잘 안 되고 있지만, 그런데도 학보사 운영비 감축이나 교지 예산 문제 관련 정보나 고민 등을 공유하는 사례들을 보면 의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외에도 부산지역위원회에서 지역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자체적 활동을 하고 있다.
심하연 (기성 언론인) 〈쿠키뉴스〉와 협약을 맺고 함께하는 활동이 많다. 청년 기자단을 4기까지 운영했고 5기도 구성될 것 같다. 토론회나 간담회도 함께 하면서 대언넷이 굉장히 홍보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차종관 대학생이 현직 매체 데스크한테 피드백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 〈쿠키뉴스〉와의 협업을 통해 이런 성장이 가능했고, 청년 의제로 젠더 갈등, 청년 정책 사각지대 등을 다루거나 대선 후보를 인터뷰할 기회도 있었다.
사실 대학 언론이 자력으로 대학 언론인을 교육하기 힘들다. 수습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실무에 투입되는 경우도, 대학 언론을 하면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나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대학 언론인에게 필요한 걸 해 보려 교육 사업으로 ‘대학 언론인 아카데미’를 3기째 진행 중이다. 한 달 내내 평일 저녁마다 강의를 진행한다. 또, 대학 언론 위기 극복과 대학 내 언론 자유 실현을 위한 활동을 한다. 최근에는 (당사자들이) 공개하기 꺼려서 어느 곳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익명으로 활동하는 독립 언론을 학교 측에서 징계하려고 하는 사례에 함께 대응하며 돕고 있다. 다른 사례로는 〈숭대시보〉 탄압❷에 함께 대응하기도 했다.
정책 활동은 필요라기보단 당위 때문에 하는 활동이다. 대학 언론이 지금까지 어떤 정치적 방법을 통해서 언론 자유를 실현하려 한 적이 있었나? 없었다. 이를테면 ‘대학 언론법’이 있었나? 대학 언론이 언론 탄압을 당한단 것에 대해 국회 토론회가 있었나? 이런 것들. 국회의원실이나 교육부와 면담을 하고, 국가교육위원회 같은 공론장에 참여해 문제의식을 알리고, 지난 대선 때는 대선 후보들에게 협약을 제안해 정의당에서 공약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작년 7월에는 학생 자치와 대학 언론 활동을 보장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다른 말로 ‘대학언론법’ 발의도 했다. 국정 감사 때는 교육부나 서울대학교, 국가인권위원회에 질의해서 성과도 있었다. 첫째로 대학 언론이 편집권을 침해받는 등의 탄압을 당하면 교육부가 해당 대학에 진상조사위원회 설치를 명령하고 관리 감독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❸ 실제로 〈숭대시보〉 탄압 사례에 적용됐다. 둘째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는 대학 언론 편집권 침해를 포함한 비민주적 학칙 등에 의한 피해를 전수 조사하고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는 약속을 확보했다.
〈숭대시보〉 탄압 사건에 대응한 대언넷의 기자회견
대언넷은 대학생들에 의해 구성되어 대학 언론을 표방하지만 대학 본부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 언론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점, 그리고 과거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전대기련), 전국교지편집인연합(전교련) 등의 전통적인 대학 언론 연합체와 달리 매체들이 모인 조직이 아니라 대학 언론‘인’의 느슨한 네트워크로 구성되었다는 특징을 보인다. 더불어 특히 제도권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정책적 개입을 통해 대학 언론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를 이어 왔다는 점 또한 대언넷의 중요한 특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에 발 디딘 대언넷은 ‘대학 언론의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대학 언론인이 진단하는 위기
강석남 현시점 전국 대학 언론의 개괄적인 상황이 궁금하다.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최근의 흐름이 어떤지 듣고 싶다.
심하연 많이 없어졌다. 진짜 많이 축소됐고.
차종관 실제로 어느 지역 학보사 같은 경우에는 편집국장 혼자서 8면을 마감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숭대시보〉 같은 경우 2022년도에 편집권 침해를 당했는데 지금까지도 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계속해서 징계위원회가 열려 당사자는 불안해하는 실정이다.
얼마 전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서언회)❹ 회의를 참관하고 왔는데, 편집권 침해 사안이 지난 몇 달간 4, 5건은 나온 것 같다. 그런데 회의에 참여한 편집국장(학보사 대표)들이 스스로의 편집권에 대해서 거의 부정하는, 발행권이나 편집권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하는 상태일 정도로 대학 언론이라는 자의식이 소멸했다.
대학 본부가 학교의 명예 훼손이란 논리를 앞세워 협박하자 편집권 침해라고 인식해도 싸우기를 포기하거나, 고발 기사의 당사자가 대동한 변호사의 말에 겁을 먹거나 설득돼서 기사를 내린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여기는 교육을 받는 곳이고 우리는 학생, 주간 교수나 조교는 선생님이기 때문에 그의 말을 따르는 게 맞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적어도 학생 기자라면 그런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이란 게 교육 기관이기도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공동체이자 사회다. 거길 수호할 수 있는 언론 기관에 본인이 기자로서 있는 건데.
과거에는 편집권 침해가 발생하면 어떻게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 하며 연대해 주고 투쟁하고 하는, 적어도 대학 언론으로서 대학생들의 알 권리, 목소리를 보장하자는 인식들이 있었다. 지금 현실은 ‘주간 교수와 대학 언론이 사제지간이 됐다’에 가까운 것 같다. 또, ‘동아리화나 대외 활동화 됐다’가 정확한 표현 같다. 서언회 회의에서 대학 언론 위기에 대해서 물어보니 ‘이제 우리는 결국엔 거쳐 가고 떠날 사람들인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냐’ 하는 패배의식에 잠식돼 있었다. 코로나19 이후에 특히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강석남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학사 전후로 그렇게나 많이 달라졌나?
차종관 대면으로 모이는 활동들이 어려워진 게 이렇게 클 줄 몰랐는데, 일단 대학 사회가 박살이 났고 모이지 못하니까 조직의 연속성이 떨어져서 실무 역량 강화가 안 되었다. 코로나19 때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으니 발행 부수가 줄어들고, 그러면서 예산도 줄어들고, 장학금도 줄어들고, 활동 의욕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활동을 시작할 의욕도 없거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줄어든 예산이 복구가 안 돼 그대로 주저앉은 매체들도 있다. 학생 사회가 위축을 넘어서 소멸을 향해 가다 보니까, 취재 아이템을 찾기도 어렵다. 이런 여러 문제들이 대학 언론을 강타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현재 명맥만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심하연 학내 이슈에 관심을 가지는 친구들이 너무 많이 줄었다. 더 이상 학교에 대한 건설적 논의가 흐를 수가 없고, 그럴 친구들이 모일 공간도 없었고, 그래서 관심 자체가 너무 많이 줄었다. 사실 관심이 어느 정도 수위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예산은 어떻게든 만들 수 있는데, 학생들이 학내 언론, 우리 학교의 문제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잘 안 되는 것 같다.
차종관 대학 언론 안에서도 선배들이 계속해서 맥락을 짚어 주고, 우리가 어떻게 흘러왔고 어디로 가야 하고 지금 의제는 무엇인지 알려 줄 수 있어야 했는데 전무하다.
심하연 3, 4학년에서 곧 졸업하는 학번의 선배가 떠맡기듯 ‘자, 네가 편집국장 해’ 하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들었다. 금방 무너질 수밖에 없다.
강석남 코로나19 시국 이후의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심란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언넷이 스스로 표방하듯 ‘대학 언론의 위기’를 고민하고 있다면, 구체적으로 대학 언론의 위기가 어떤 것인지 설명해 달라.
차종관 어느 하나로 짚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가장 큰 위기는 언론으로서 독자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건 대학 언론이 충분한 자원이 없어서일 수도, 좋은 기사를 쓰려 했지만 편집권을 침해당해서일 수도, 애초에 그럴 만한 인재가 대학 언론에 들어올 유인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이 요인들이 서로 연결되며 계속해서 악순환이 커진다. 그래서 대언넷은 위기를 어느 하나로 상정하거나 정의 내리지 않기로 했다. 대학 언론이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는 걸 우리가 알고 감각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고, 다만 위기의 원인으로 탐색되는 것들 각각의 요인에 대한 솔루션을 내서 해결하자는 거다.
심하연 대학 언론의 위기가 지역 언론의 위기로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저는 지방에서 대학을 나왔는데, 지방은 서울권보다 상태가 2배는 심각하다. 아예 사람을 모을 수가 없고. 상대적으로 서로의 거리가 가까운 서울권 대학들과 다르게 지방에서는 여기서 저 대학 가려면 2~3시간은 가야 하니까 만남을 주최하기도, 연대하기도, 네트워킹을 하기도 너무 어렵다. 단절된 상황에서 계속 학생들의 관심은 줄어 가니 이제는 소멸되고 있다. 그 지역의 이슈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들이 없으면 지역 언론은 자연스레 망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역 언론의 위기랑 정말 크게 맞물려 있다고 본다.
강석남 대언넷에서 진단하는 대학 언론의 위기는 독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핵심이고, 이 무관심은 코로나19로 더 심각해진 대학 사회와 학생 사회의 위축이나 소멸을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실무 교육이나 기성 언론과의 협업, 정책 활동 등 대언넷의 주력 활동들은 엄밀하게 보면 대학이나 대학 사회 바깥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조금 비판적으로 묻자면 대학 언론 편집권을 보장하는 강력한 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대언넷이 진단하고 있는 위기가 해소되는 것이냐는 질문도 가능할 것 같다.
차종관 그런 질문을 실제로 동료 활동가들에게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하는 답변은 그렇게 해서라도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다면, 일단은 생각 없이 해 봐야 된다는 거다. ‘대학언론법’이 발의는 됐지만 통과 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하지만 이런 전례가 생기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고, 그 결과 편집권 침해가 해소되거나 대학 언론이 좋은 기사를 낼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 그러면 독자의 관심을 얻는 선순환이 만들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까 대언넷 같은 단체에 활동가가 모였을 때 할 수 있는 일들을 먼저 해 보자고 노력했던 게 대언넷 1기가 한 일인 것 같다.
심하연 현재는 확실히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대학 언론을 구제 혹은 상생시킬 방법이 많이 바뀌어야 된다고 봤다. 더 이상은 뭔가 대학생들의 의지, 커뮤니티로만 발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기성 언론을 끌어들이든, 우리가 어디 이름 한번 더 비추든, 대학 언론이란 애들이 이런 걸 하고 있다, 그러니까 너희도 실질적으로 이런 것들도 얻어 갈 수 있으니까 그렇게라도 한번 시작을 해 봐라 하고 보여 주고 싶었다.
차종관 대학 언론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자원이 현실적으로 말하면 없다. 대언넷에서 〈쿠키뉴스〉와 협력하면서 지원금도 받고, 정당이나 대선 후보와의 간담회나 국회 토론회를 열 수 있었고, 여러모로 외부 자원을 끌어올 수 있었다. 우리가 이런 걸 병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리고 대학 사회나 청년 사회에 있는 단체라면 이런 대외적 활동을 요구받기도 한다. 특히 요즘 시대에는. 이를테면 ‘너네 청년들 아니냐, 대선 후보들한테 질문도 해 보고 참여도 해 봐라, 그리고 청년들에게 기획권을 줄 테니 국회 토론회 기획해 봐라’ 하는 요청을 한다. 그런 기브 앤 테이크가 계속 있다. 요구하는 것들을 해 주면서 후원을 받기도 하고 원하는 자원들을 흡수하기도 하는 거다. 노하우가 됐든, 인맥이 됐든.
대언넷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전해 들은 코로나19 이후 대학 사회의 붕괴, 특히 언론으로서 정체성을 빠르게 상실해 가는 대학 언론들의 상황이 매우 심각해 보인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대학 사회의 붕괴와 소멸을 위기로 진단하면서도 대학 사회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대언넷의 궤적에 일말의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대언넷이 슈퍼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대언넷이 추진하고 있는 교육과 협업, 정책 활동들 또한 급박한 시대적 요구 속에서 도출되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대언넷의 위기 진단과 대학 언론의 열악한 조건, 스스로가 표방한 ‘연결과 지원’의 목표와 활동, 제도권 정치가 청년 담론을 손쉽게 동원하려는 상황 속에서 대언넷이 어떻게 무게 중심을 잡아 가는지가 앞으로의 경로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대학 언론의 현황과 위기에 대해 물었다면 다음으로는 가장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대학 언론의 관점에서 대학 전반의 의제와 위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생이 체감하는 위기와 대학 사회의 붕괴
강석남 지금까지 대학 언론 의제를 이야기했다면, 이제 좀 더 확장해 대학 일반 의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오늘날 한국 대학의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듣고 싶다. 대학이 정말 위기에 처해 있는지, 그렇다면 그 위기는 어떤 위기인지, 전제나 관점에 구애받지 않고 이야기해 보자면.
심하연 대학이라고 하니까 되게 커 보이는데, 대학생으로 좀 좁혀서 이야기를 해 보면……, 대학생들은 좀 문제인 것 같다. 네트워크 이야길 좀 해 보면, 에브리타임❺이 정말 큰 문제 현상이다.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장, 커뮤니티가 에브리타임 말곤 없는 것도 사실이다.
차종관 대학의 위기를 바라보는 대학생의 관점과 기성세대의 관점이 완전히 다르다. 기성세대의 관점은 ‘학령 인구가 감소한다, 지방 대학들 싸그리 학생 안 들어올 거 아니냐,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 순으로 들어가다 보면 지방대 다 망하지 않느냐’이다. 그런데 실제로 대학생들의 문제의식은, 과연 대학에서 안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느냐, 대학이 혐오와 차별 없는 공동체냐는 것이다. 에브리타임 등에서 거기에서 혐오와 차별이 너무 심하다 보니까 공동체에 대한 냉소, 공동체 의식의 소멸 이런 것들이 과거에 비해서 더 심해졌다. 그리고 소수자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 당연해졌다. 성소수자 등 어떤 식으로든 소수자성을 가진 사람에 대한 공격이 너무나도 심각하다. 그것이 현재 대학생들이 불안해하는 지점이 아닌가 싶고, 그런 것부터 해소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대학교육이라는 게 유의미한가? 굳이 대학 4년 동안 등록금 내면서 시간을 쏟아야 될 이유가 사라진 것 같다. 대학교육이 그만큼 양질의 교육이 아니란 말이기도 하고.
학령 인구 감소가 직접적 위기 요인으로 보일 수는 있는데 이건 이미 예견됐던 거다.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불과하다. 각 대학마다 입학하고 싶을 만한 어떤 유인들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아무도 이에 골몰하지 않고 그냥 ‘입학하면 아이패드 드릴게요’ 식으로만 접근했다. 그래서 대학 위기에 관한 이야기가 대학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과 굉장히 괴리되어 있고, 내가 등록금 낸 만큼 배울 수 있는지, 내가 이 공동체에서 안전할 수 있는지 이런 물음에는 전혀 답하지 않았다.
심하연 비슷한 생각인데, 업데이트가 너무 느리다. 대학생들이 느끼고 있는 필요를 기성세대가 계속해서 캐치해 줘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했다. 인하대 사건❻ 같은 경우도 내가 학교란 공간 내에서 전혀 안전하지 못하단 걸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사례다. 그런 점에 있어서도 별다른 사회적 피드백이 없었다. 이후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세상이 빨리 변화하는 만큼 거기에 맞춰서 대학들이 대처해야 할 텐데,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강석남 오늘날 에브리타임이 거의 유일한 대학 사회 공론장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거 같다. 에브리타임 안에서 일어나는 어떤 난상들보다는, 공론장이 에브리타임 하나만 있어서 생기는 문제라고도 볼 수 있을까?
심하연 (그 문제가) 크다. 정말 괜찮은 공론장을 만들잔 이야기가 꾸준히 있었다. 예전에는 에브리타임은 학교에서 ‘어두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란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로 달라졌다. 요즘엔 20학번 친구들부터는 학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거기밖에 없으니까, 거기 있는 게 주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또 거기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내가 처음 발 들인 사회, 대학교란 곳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그 논리를 따라 가려는 친구들도 보인다. 사실 스무 살이 어떤 자신의 정체성과 확고한 삶의 방향성을 정립한 나이는 아니지 않나. 유동성 있는 나이인데, 저렇게 이야기하면 ‘나도 저기 따라가야 하나?’ 생각하고, 거기에 대해 비판적 이야길 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고. 실제로 (학생들이) 갈 데도 없다.
강석남 그렇다면 에브리타임에 공론장이라는 대학 언론의 자리를 뺏긴 것은 아닌가. 왜 빼앗겼는지, 되찾아와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차종관 그건 대학 언론들 사이에서도 난제이긴 하다. 일반 대학생들이 콘텐츠 생산자가 됐기 때문에 대학 언론의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기도 하니까. 대학 언론보다 에브리타임 게시판이 볼 게 훨씬 많고 자극적이다. 대학 언론은 옛날에는 유일한 매체였기 때문에 그 장에서 별걸 다 했겠지만, 요즘 세대는 그런 게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매체를 안 읽는 세대니까. TV도 안 보는데 무슨 대학에서 나오는 방송을 보겠나. 그래서 매체 자체의 한계가 있었던 것 같고 그건 대학 언론들이 극복해 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똑똑한 대학 언론들은 에브리타임을 잘 활용하고 있다. 대학 언론들이 학내 자치 기구이기 때문에 별도로 게시판을 주기도 한다. 그걸 활용하지 못하는 대학 언론들은 사실상 동아리화되고 있다. 스스로 존재 의의를 잃어버린 채니까. 에브리타임에 콘텐츠 제작자의 역할도, 공론장 역할도 뺏긴 건 맞는데,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다만 에브리타임이 건강한 플랫폼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심하연(왼쪽), 차종관(오른쪽). 2022년 국정 감사 때 대학 언론 탄압에 대응하겠다는 교육부의 답변을 받아 낸 활동을 발표하고 있다.
대학의 위기에 대한 대언넷의 진단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기성세대의 관점으로 대표되는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 담론과 대학생들이 대학 안에서 체감하는 위기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관찰된다는 점이다. 학령 인구 감소를 강조하는 관점이 철저히 대학의 외부로부터 제기되는 압력을 전제하고 있다면, 대언넷의 진단은 대학의 내부에서 체감하는 위기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성에 기반한 온라인 커뮤니티로 완전히 대체되어 버린 대학 내 공론장, 안전하지 못한 공간으로서의 대학, 그리고 대학교육의 당위성을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는 대학의 위기는 곧 대학 사회의 붕괴로 요약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대학 언론의 위기 또한 이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그간 대학의 위기에 대한 진단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학이 하나의 사회로서 존재할 수 없다면, 모자란 학령 인구를 꽉꽉 채워 대학 통폐합을 막아 낸다 한들 어떤 의미가 있을까.
활동으로서의 대학 언론, 운동으로서의 대학언론인네트워크
강석남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에 대학 언론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듣고 싶다.
차종관 대학 언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알려야 하니깐요’라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걸 다 뭉쳐 보면 결국엔 이런 맥락이 된다. 우리가 이 공동체에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온전하게 잘 살아가고 목소리를 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염원들. 우린 그걸 ‘대학 민주주의’라고 봤다. 거기에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문제 인식부터 문제 해결까지의 과정을 잘 취합해 주는 거라고 봤고. 그래서 앞서 이야기한 대언넷의 키워드가 그렇게 나왔다. 대학 언론이 필요한 이유를 단체의 비전에 ‘대학 민주주의의 지속적 실현’이라고 명시했다.
심하연 이어지는 이야기 같은데, 대학 언론이 기성 언론이 못 하는 일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안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줘야 한다. 사실 언론의 행태를 보면 ‘왜 쟤들은 기사를 저렇게밖에 못 쓰나’ 하는 것들이 많은데, 시의성 문제도 있고, 기사가 하루에 몇 개가 올라가야 되니까, 광고도 받아야 하니까 등 여러 이유가 있다. 대학 언론은 그런 데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 언론이 기성 언론에 비해서 역할을 못 한다거나 언론으로서 기능을 못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 많고 그만큼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대학 언론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강석남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활동’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신 것 같다. 대학생들의 활동이란 여러 의미가 중첩되어 있는 것 같은데. 대외 활동도 활동이고 대학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도 활동이라고 부른다. 후자를 과거에는 운동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학 언론은 운동인가? 대언넷은 운동인가? 대학 언론인들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나?
차종관 대학 언론은 운동이 아니다. 언론 활동이다. 운동과 활동이란 단어의 미묘한 정의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나. 언론 활동이란 건 운동과는 분명히 별개인 것 같다. 한편 대학언론인네트워크는 운동이 맞다. 다만 운동이란 단어를 너무 요새 안 쓰기도 한다. 그리고 스스로 운동가라 불릴 만한 가치가 내게 있나 생각해 봤을 때 아닌 것 같아서 활동이라 부르는 것도 좀 있다. 친구들은 ‘운동권’이라 부른다. 그래도 운동권이라는 단어가 요즘 통용되지는 않지 않나. 실제로 운동권이라 불리는 사람도 요즘 없고, NL, PD 이런 것도 없다.
스스로도 정파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도 아니고 고유의 목적에 맞는 활동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이란 단어의 정의에 맞는 걸 하고 있는 걸로 보이니 ‘언론운동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해설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소개할 때 ‘대학 언론 활동가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운동이라 하면 너무 하드하게 여기니까.
심하연 동의한다. 운동이란 단어가 약간 사어이기도 하고, 요즘에 ‘저 운동권이에요’ 하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할 것 같고 저 친구랑 깊게 엮이면 안 될 것 같고 그렇다. 그런 운동이란 단어의 무게가 있어서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되는 것 같다. 나도 똑같이 대학 언론은 운동이 아니지만, 우리가 하는 대언넷은 운동이라 생각한다.
강석남 마지막으로 《오늘의 교육》 독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차종관 너무 필요한 질문이다.(웃음) ‘대학 언론 발전 기금’이라고 대언넷이 운영하는 기금이 있다. 여기서 대학 언론 탄압 대응도 하고, 아카데미 같은 교육 사업도 운영한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계좌로 후원해 주시면 이걸로 회식하지 않고 단체의 활동 목적에 맞는 데만 쓴다. 그리고 홈페이지 정보 공개 페이지에서 사용 내역을 공지한다. 나름 비영리 단체답게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알아 주시면 좋겠다.
코로나19 이후 대학 사회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대학생들이 모일 수도, 갈 곳도 없는 조건 속에서 대학 언론을 매개로 전개되는 대학에서의 운동의 현황을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 덧붙여 대언넷 활동가들의 정체성이 활동과 운동의 묘한 중간지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으로부터 오늘날 대학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단면이 확인되기도 한다. 운동의 지향을 품었음에도 운동이라는 어휘는 사라져 가는 괴리는 대학 사회 붕괴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민주주의 실현과 더 나은 대학 사회를 위한 운동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대언넷의 주요 활동과 자체 제작 콘텐츠는 대언넷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대학 언론들이 온라인 매체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대학 언론 운동이 대학 안에서 활로를 고민하는 것만큼 대학의 바깥에서 대학 언론과 연대할 수 있는 첫걸음은 그들의 독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대학 언론 발전 기금’ 모금 참여 방법은 웹페이지(univjournalist.com/20)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모금된 기금은 다음 목적으로 사용된다. ①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운영 ② 대학 언론인을 위한 연결, 지원, 콘텐츠 제작 ③ 비영리 독립 언론 〈대학알리〉 운영(대학별 독립 언론 〈N대알리〉 창간 및 네트워크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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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신문 수거에 방송 송출 거부… 줄 잇는 대학 언론 탄압 논란”, 〈연합뉴스〉, 2017년 3월 30일.
❷ ““학보사 기자들이 교수에게 ‘집단 항명’해 전원 해임했다”… 숭실대 ‘학내 언론 탄압’ 논란 확산”, 〈경향신문〉, 2021년 12월 9일.
❸ “대학 언론 탄압, 학칙 제·개정으로 재발 방지한다”, 〈한국대학신문〉, 2022년 12월 19일.
❹ ‘수도권 32개 대학 학보사의 연합체. 격주로 각 학보사 편집국장이 모여 본교의 주요 사안을 공유하고 학보사 공동 활동을 통해 소속 학보사 간 화합을 도모’하는 단체.(“[Y,人] 대학 언론의, 대학 언론에 의한, 대학 언론을 위한 사람들”, 〈연세춘추〉, 2020년 12월 3일)
❺ 대학생들의 시간표 작성 서비스 제공 어플리케이션으로 출발하여, 현시점 국내 최대 규모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전국 397개 대학별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 누적 가입자가 총 642만 명에 달하며 전국 대학생 90%가 가입’해 있다.(“김한이 비누랩스 대표 “대학생 필수 앱 되니 기업 러브콜 쇄도””, 〈전자신문〉, 2023년 3월 2일)
❻ ““학보사 기자들이 교수에게 ‘집단 항명’해 전원 해임했다”… 숭실대 ‘학내 언론 탄압’ 논란 확산”, 〈경향신문〉, 2021년 1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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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대학생운동 인터뷰 - 대학의 위기와 대학 안의 운동
대학 언론은 대학 민주주의를 위한 필수 요소
-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차종관 집행위원장, 심하연 집행위원
글
강석남
kim3soo91@hanmail.net
본지 편집위원,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박사 과정
연재를 시작하며
대학 문화의 소멸, 학령 인구 감소, 지방 대학 위기, 대학 구조 조정 등 오늘날 ‘대학’은 전방위적이고 구조적인 위기에 직면했다는 위기감이 널리 공유되고 있다. 그런데 ‘벚꽃 엔딩’으로 요약되는 종말론적인 위기 진단의 홍수 속에, 정작 대학 사회의 주요 구성원인 대학생들의 문제의식과 활동에 주목하는 관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모든 사람들이 대학에서 교육받는 것은 아니지만 학령인구 10명 중 7명은 대학에 진학하는 한국 사회에서, 대학이 직면한 각종 위기와 문제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질 수 있는 이는 정말 극소수일 것이다. 우리는 대학교육의 직간접적 당사자로서, 대학 입시를 중심으로 왜곡되게 배열된 각급 학교에서, 대학이 위치한 지역 사회에서 끊임없이 대학과 관계 맺고 있으며 바로 그렇기에 대학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때문에 대학 문제는 사회적이다.
《오늘의 교육》은 현재 대학 사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주체들을 직접 만나 그 현황과 문제의식을 질문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낭만화된 과거의 학생운동에 대한 향수적인 회고나 기성 제도권 정치가 필요할 때만 대학과 대학생을 동원하는 편의적인 태도를 넘어, 오늘날 대학생 주체들과 그들의 운동이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무엇으로 맞서려 하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대학생 주체의 관점에서 문제를 설정하고 대학의 사회적 공공성에 기반한 대안을 향한 연대의 가능성을 찾아보고자 한다.
대학의 위기를 묻기 위해 처음으로 만나 본 주체들은 바로 ‘대학 언론인’이다. 언론으로서 매체를 통해 학생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대학 언론(여기서 대학 언론은 대학생들이 직접 취재·제작·발행하는 모든 형태의 언론 매체 및 그 활동을 통칭한다)은 대학 내 다양한 의제와 담론을 다루는 공론장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학과 대학 사회의 현황과 변화를 가장 예민하게 포착하는 것은 대학 언론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대학 언론 관련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해 보고자 한다.
대학 언론은 일반적으로 매체의 형식과 매체의 발행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분류될 수 있다. 먼저 형식의 측면에서는 일간지 판형으로 주마다 발행되는 학보, 학기당 1, 2회의 긴 호흡으로 책자로 발행되는 교지, 이외에 대학 방송국이나 영자 신문사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발행 주체의 측면에서는 매체가 대학 본부에 소속되었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대다수의 학보사나 대학 방송국 등은 일반적으로 대학 본부의 산하 기관으로서 발행인으로 총장을 두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언론으로서 기능하기 위한 각종 비용을 대학 본부에서 충당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발행이 가능하지만, 구조적으로 본부의 통제와 개입에서 자유롭기 어려워 편집권 침해의 위험이 일상적이다.❶ 대표적인 예가 학보사의 주간 교수와 학보사 기자(대학생)들 간의 갈등이다. 때문에 발행 주체에 따른 분류는 대학 언론의 자유와 이를 통해 실현될 수 있는 대학 민주주의에 관한 쟁점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일상적 편집권 침해의 위험에 반발하여 대학 언론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대학 본부에 소속되지 않는 매체들이 존재한다. 대학 자치 언론 혹은 대학 독립 언론이라 불리는 이러한 매체들은 학생회비 지원을 받거나 운영 및 발행에 드는 비용을 스스로 충당함으로써 대학 본부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운 매체를 추구한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정한 기반 위에서 발행을 이어 가기 때문에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이 항상 문제가 된다.
《오늘의 교육》은 2020년 3월 출범하여 전국 대학을 무대로 대학 언론인 간의 연결과 지원을 꾀하는 ‘대학언론인네트워크(대언넷)’ 차종관 집행위원장과 심하연 집행위원을 만나 오늘날 대학 언론의 현재는 어떠하며, 대학의 위기에 대해 어떤 질문과 답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대학 언론이 위기 극복을 시도해 본 적이 없다
강석남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대학 언론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차종관 대학 내 언론 자유 실현과 대학 언론의 위기 극복을 위해 활동하는 차종관이다. 〈단대알리〉라는 대학 독립 언론에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대학알리〉라는 독립 언론을 재창간해서 2019년부터 활동 중이다. 계기는 대학 생활 중 주변의 친구들이 성폭력을 당하거나 대학원생들이 교수로부터 갑질을 당하거나 하는 문제들을 많이 접했던 것. 나는 2015년도 새내기 때, 학생 식당 봉사로 취약 계층을 돕는 ‘식권 운동’에 참여하면서 대학 내 별의별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학 언론이 그런 걸 조명해야 하는데,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서 대학 언론으로 진로를 잡았다.
심하연 대학 언론 자체에 그렇게 관심이 있어서 들어온 건 아니었다. 대학에 들어와서 학보사 인턴을 했었다. 그런데 너무 홍보성 기사만 쓰게 하고, 선배들도 그런 기사만 쓰는 것 같았다. 3개월 하고 난 뒤 정기자로 지원하지 않고 어디서 글을 쓰나 고민하다가 〈대학알리〉를 찾아서 들어오게 됐고, 어쩌다가 부대표까지 맡았다. 대학 언론이 곧 망하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대언 넷에도 들어와 활동 중이다.
강석남 대언넷을 소개하자면?
차종관 대언넷의 미션은 대학 언론의 위기 극복을 위해 대학 언론인을 ‘연결’하고 ‘지원’하는 것이고, 비전은 대학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실현이다. 시작 자체는 〈대학알리〉로부터다. 비영리 독립 언론 〈대학알리〉는 학보사가 갖는 한계를 넘기 위해 시작된 조직이고, 편집권 침해 차단을 통해 언론 자유를 실현하고자 창간됐다. 대학생의 알 권리와 목소리를 보장하는, ‘문제’를 밝히 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심하연 〈대학알리〉에는 저를 포함해서 학보사가 좀 지루한 친구들이 많이 모여 있다. 교내 언론이나 교지를 안 들어가고 왜 〈대학알리〉에 왔냐 물어보면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어서’라고 대답한다. 만들어진 취지랑도 맞는 이야기지만 실제로 구성원들도 다들 그런 효능감을 가지고 활동하는 단체다.
차종관 2019년 5월에 〈대학알리〉 대표를 맡고 나서 연말에 코로나19가 터졌다. 그때부터 예감이 들었다. 내 임기 안에 독립 언론 확장이 불가능할 수 있고, ‘존버’하는 데 골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처음에는 대학 언론 자유 실현과 위기 극복을 위해 독립 언 론을 전국에 400개를 만들자는 구상이었는데, 그게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면 학보사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학보사를 살리는 방향으로 위기를 극복할 비영리 단체를 만들자 해서 대언넷을 만들었다.
대학 언론이 위기라는 말이 나온 지가 굉장히 오래됐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학 언론들이 주체적으로 위기 극복을 위해 시도한 게 없더라. 대학 언론의 위기가 지속되어 온 건 대학 언론인들의 탓이겠다 싶었고,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의제로 잡게 됐다. 전국 대학 학보사 기자 페이스북 그룹에 들어가 운영도 해 보고 간담회도 해 보니 대학 언론인들에게는 상호 연대와 지원 사업이 필요했다. 서로에 대해 소식도 모르다 보니 서로 참조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단체 활동의 핵심에 ‘연결’과 ‘지원’이라는 키워드가 나왔다.
현재는 대언넷 1기이다 보니 아무것도 안정된 것이 없다. 그래도 2020년에는 페이스북 그룹이나 오픈채팅방, 간담회나 포럼같은 커뮤니티 운영에 주력했다. 2021년에는 ‘대학 언론인 아카데미’ 같은 교육 사업, 대학 언론 전수 조사 등의 사업이 있었다. 2022년에는 각종 정책 사업과 기성 언론과의 협약 등을 추진했다. 2023년에는 대학 언론들의 ‘빅텐트’를 만들려는 시도를 하는 중이다.
강석남 그간 대학 언론 ‘매체’들 간의 연대체나 연합체는 많았지만 대언넷처럼 매체가 아니라 대학언론‘인’을 부각하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다. 단체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차종관 매체를 기준으로 하면 소외되는 사람이 발생하니까 그렇게 했다. (대언넷은) 쉽게 말하면 느슨한 연대다. 원하는 사람만 가입하고 회비 같은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대언넷이 운영하는 오픈채팅방이나 네이버 카페에 가입하면 회원이다. 다만 정책 및 지원을 맡은 집행위원회, 콘텐츠 제작을 맡은 편집위원회, 지역에서의 연대를 추진하는 부산지역위원회 등의 위원회가 있으며 각 위원들은 활동가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단체를 운영하며 전·현직 대학 언론인들이 함께한다. 가입 단위가 얼마나 있는지, 회원이 몇인지 묻는다면 명확히 그려 낼 수 있는 규모는 없다.솔직히 말하면 위원들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언넷 활동에서 무언가 얻어 가는 불특정 다수가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진행 중인 대학 언론인 아카데미 수강생이 250명 정도 된다.
강석남 대언넷은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활동 내역을 보면 커뮤니티 구축, 교육 활동, 대학 언론 탄압 대응을 포괄하는 정책 활동 등이 눈에 띈다.
차종관 대학 언론 커뮤니티 구축을 위해서 페이스북 그룹, 네이버 카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3개를 운영한다. 페이스북 그룹 같은 경우 약 3,300명이 참여하고 있지만 대부분 전직이어서 활성화가 안 돼 있다. 커뮤니티 활동 자체가 솔직히 잘 안 되고 있지만, 그런데도 학보사 운영비 감축이나 교지 예산 문제 관련 정보나 고민 등을 공유하는 사례들을 보면 의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외에도 부산지역위원회에서 지역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자체적 활동을 하고 있다.
심하연 (기성 언론인) 〈쿠키뉴스〉와 협약을 맺고 함께하는 활동이 많다. 청년 기자단을 4기까지 운영했고 5기도 구성될 것 같다. 토론회나 간담회도 함께 하면서 대언넷이 굉장히 홍보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차종관 대학생이 현직 매체 데스크한테 피드백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 〈쿠키뉴스〉와의 협업을 통해 이런 성장이 가능했고, 청년 의제로 젠더 갈등, 청년 정책 사각지대 등을 다루거나 대선 후보를 인터뷰할 기회도 있었다.
사실 대학 언론이 자력으로 대학 언론인을 교육하기 힘들다. 수습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실무에 투입되는 경우도, 대학 언론을 하면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나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대학 언론인에게 필요한 걸 해 보려 교육 사업으로 ‘대학 언론인 아카데미’를 3기째 진행 중이다. 한 달 내내 평일 저녁마다 강의를 진행한다. 또, 대학 언론 위기 극복과 대학 내 언론 자유 실현을 위한 활동을 한다. 최근에는 (당사자들이) 공개하기 꺼려서 어느 곳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익명으로 활동하는 독립 언론을 학교 측에서 징계하려고 하는 사례에 함께 대응하며 돕고 있다. 다른 사례로는 〈숭대시보〉 탄압❷에 함께 대응하기도 했다.
정책 활동은 필요라기보단 당위 때문에 하는 활동이다. 대학 언론이 지금까지 어떤 정치적 방법을 통해서 언론 자유를 실현하려 한 적이 있었나? 없었다. 이를테면 ‘대학 언론법’이 있었나? 대학 언론이 언론 탄압을 당한단 것에 대해 국회 토론회가 있었나? 이런 것들. 국회의원실이나 교육부와 면담을 하고, 국가교육위원회 같은 공론장에 참여해 문제의식을 알리고, 지난 대선 때는 대선 후보들에게 협약을 제안해 정의당에서 공약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작년 7월에는 학생 자치와 대학 언론 활동을 보장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다른 말로 ‘대학언론법’ 발의도 했다. 국정 감사 때는 교육부나 서울대학교, 국가인권위원회에 질의해서 성과도 있었다. 첫째로 대학 언론이 편집권을 침해받는 등의 탄압을 당하면 교육부가 해당 대학에 진상조사위원회 설치를 명령하고 관리 감독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❸ 실제로 〈숭대시보〉 탄압 사례에 적용됐다. 둘째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는 대학 언론 편집권 침해를 포함한 비민주적 학칙 등에 의한 피해를 전수 조사하고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는 약속을 확보했다.
〈숭대시보〉 탄압 사건에 대응한 대언넷의 기자회견
대언넷은 대학생들에 의해 구성되어 대학 언론을 표방하지만 대학 본부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 언론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점, 그리고 과거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전대기련), 전국교지편집인연합(전교련) 등의 전통적인 대학 언론 연합체와 달리 매체들이 모인 조직이 아니라 대학 언론‘인’의 느슨한 네트워크로 구성되었다는 특징을 보인다. 더불어 특히 제도권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정책적 개입을 통해 대학 언론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를 이어 왔다는 점 또한 대언넷의 중요한 특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에 발 디딘 대언넷은 ‘대학 언론의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대학 언론인이 진단하는 위기
강석남 현시점 전국 대학 언론의 개괄적인 상황이 궁금하다.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최근의 흐름이 어떤지 듣고 싶다.
심하연 많이 없어졌다. 진짜 많이 축소됐고.
차종관 실제로 어느 지역 학보사 같은 경우에는 편집국장 혼자서 8면을 마감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숭대시보〉 같은 경우 2022년도에 편집권 침해를 당했는데 지금까지도 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계속해서 징계위원회가 열려 당사자는 불안해하는 실정이다.
얼마 전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서언회)❹ 회의를 참관하고 왔는데, 편집권 침해 사안이 지난 몇 달간 4, 5건은 나온 것 같다. 그런데 회의에 참여한 편집국장(학보사 대표)들이 스스로의 편집권에 대해서 거의 부정하는, 발행권이나 편집권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하는 상태일 정도로 대학 언론이라는 자의식이 소멸했다.
대학 본부가 학교의 명예 훼손이란 논리를 앞세워 협박하자 편집권 침해라고 인식해도 싸우기를 포기하거나, 고발 기사의 당사자가 대동한 변호사의 말에 겁을 먹거나 설득돼서 기사를 내린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여기는 교육을 받는 곳이고 우리는 학생, 주간 교수나 조교는 선생님이기 때문에 그의 말을 따르는 게 맞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적어도 학생 기자라면 그런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이란 게 교육 기관이기도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공동체이자 사회다. 거길 수호할 수 있는 언론 기관에 본인이 기자로서 있는 건데.
과거에는 편집권 침해가 발생하면 어떻게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 하며 연대해 주고 투쟁하고 하는, 적어도 대학 언론으로서 대학생들의 알 권리, 목소리를 보장하자는 인식들이 있었다. 지금 현실은 ‘주간 교수와 대학 언론이 사제지간이 됐다’에 가까운 것 같다. 또, ‘동아리화나 대외 활동화 됐다’가 정확한 표현 같다. 서언회 회의에서 대학 언론 위기에 대해서 물어보니 ‘이제 우리는 결국엔 거쳐 가고 떠날 사람들인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냐’ 하는 패배의식에 잠식돼 있었다. 코로나19 이후에 특히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강석남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학사 전후로 그렇게나 많이 달라졌나?
차종관 대면으로 모이는 활동들이 어려워진 게 이렇게 클 줄 몰랐는데, 일단 대학 사회가 박살이 났고 모이지 못하니까 조직의 연속성이 떨어져서 실무 역량 강화가 안 되었다. 코로나19 때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으니 발행 부수가 줄어들고, 그러면서 예산도 줄어들고, 장학금도 줄어들고, 활동 의욕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활동을 시작할 의욕도 없거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줄어든 예산이 복구가 안 돼 그대로 주저앉은 매체들도 있다. 학생 사회가 위축을 넘어서 소멸을 향해 가다 보니까, 취재 아이템을 찾기도 어렵다. 이런 여러 문제들이 대학 언론을 강타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현재 명맥만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심하연 학내 이슈에 관심을 가지는 친구들이 너무 많이 줄었다. 더 이상 학교에 대한 건설적 논의가 흐를 수가 없고, 그럴 친구들이 모일 공간도 없었고, 그래서 관심 자체가 너무 많이 줄었다. 사실 관심이 어느 정도 수위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예산은 어떻게든 만들 수 있는데, 학생들이 학내 언론, 우리 학교의 문제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잘 안 되는 것 같다.
차종관 대학 언론 안에서도 선배들이 계속해서 맥락을 짚어 주고, 우리가 어떻게 흘러왔고 어디로 가야 하고 지금 의제는 무엇인지 알려 줄 수 있어야 했는데 전무하다.
심하연 3, 4학년에서 곧 졸업하는 학번의 선배가 떠맡기듯 ‘자, 네가 편집국장 해’ 하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들었다. 금방 무너질 수밖에 없다.
강석남 코로나19 시국 이후의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심란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언넷이 스스로 표방하듯 ‘대학 언론의 위기’를 고민하고 있다면, 구체적으로 대학 언론의 위기가 어떤 것인지 설명해 달라.
차종관 어느 하나로 짚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가장 큰 위기는 언론으로서 독자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건 대학 언론이 충분한 자원이 없어서일 수도, 좋은 기사를 쓰려 했지만 편집권을 침해당해서일 수도, 애초에 그럴 만한 인재가 대학 언론에 들어올 유인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이 요인들이 서로 연결되며 계속해서 악순환이 커진다. 그래서 대언넷은 위기를 어느 하나로 상정하거나 정의 내리지 않기로 했다. 대학 언론이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는 걸 우리가 알고 감각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고, 다만 위기의 원인으로 탐색되는 것들 각각의 요인에 대한 솔루션을 내서 해결하자는 거다.
심하연 대학 언론의 위기가 지역 언론의 위기로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저는 지방에서 대학을 나왔는데, 지방은 서울권보다 상태가 2배는 심각하다. 아예 사람을 모을 수가 없고. 상대적으로 서로의 거리가 가까운 서울권 대학들과 다르게 지방에서는 여기서 저 대학 가려면 2~3시간은 가야 하니까 만남을 주최하기도, 연대하기도, 네트워킹을 하기도 너무 어렵다. 단절된 상황에서 계속 학생들의 관심은 줄어 가니 이제는 소멸되고 있다. 그 지역의 이슈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들이 없으면 지역 언론은 자연스레 망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역 언론의 위기랑 정말 크게 맞물려 있다고 본다.
강석남 대언넷에서 진단하는 대학 언론의 위기는 독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핵심이고, 이 무관심은 코로나19로 더 심각해진 대학 사회와 학생 사회의 위축이나 소멸을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실무 교육이나 기성 언론과의 협업, 정책 활동 등 대언넷의 주력 활동들은 엄밀하게 보면 대학이나 대학 사회 바깥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조금 비판적으로 묻자면 대학 언론 편집권을 보장하는 강력한 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대언넷이 진단하고 있는 위기가 해소되는 것이냐는 질문도 가능할 것 같다.
차종관 그런 질문을 실제로 동료 활동가들에게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하는 답변은 그렇게 해서라도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다면, 일단은 생각 없이 해 봐야 된다는 거다. ‘대학언론법’이 발의는 됐지만 통과 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하지만 이런 전례가 생기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고, 그 결과 편집권 침해가 해소되거나 대학 언론이 좋은 기사를 낼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 그러면 독자의 관심을 얻는 선순환이 만들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까 대언넷 같은 단체에 활동가가 모였을 때 할 수 있는 일들을 먼저 해 보자고 노력했던 게 대언넷 1기가 한 일인 것 같다.
심하연 현재는 확실히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대학 언론을 구제 혹은 상생시킬 방법이 많이 바뀌어야 된다고 봤다. 더 이상은 뭔가 대학생들의 의지, 커뮤니티로만 발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기성 언론을 끌어들이든, 우리가 어디 이름 한번 더 비추든, 대학 언론이란 애들이 이런 걸 하고 있다, 그러니까 너희도 실질적으로 이런 것들도 얻어 갈 수 있으니까 그렇게라도 한번 시작을 해 봐라 하고 보여 주고 싶었다.
차종관 대학 언론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자원이 현실적으로 말하면 없다. 대언넷에서 〈쿠키뉴스〉와 협력하면서 지원금도 받고, 정당이나 대선 후보와의 간담회나 국회 토론회를 열 수 있었고, 여러모로 외부 자원을 끌어올 수 있었다. 우리가 이런 걸 병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리고 대학 사회나 청년 사회에 있는 단체라면 이런 대외적 활동을 요구받기도 한다. 특히 요즘 시대에는. 이를테면 ‘너네 청년들 아니냐, 대선 후보들한테 질문도 해 보고 참여도 해 봐라, 그리고 청년들에게 기획권을 줄 테니 국회 토론회 기획해 봐라’ 하는 요청을 한다. 그런 기브 앤 테이크가 계속 있다. 요구하는 것들을 해 주면서 후원을 받기도 하고 원하는 자원들을 흡수하기도 하는 거다. 노하우가 됐든, 인맥이 됐든.
대언넷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전해 들은 코로나19 이후 대학 사회의 붕괴, 특히 언론으로서 정체성을 빠르게 상실해 가는 대학 언론들의 상황이 매우 심각해 보인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대학 사회의 붕괴와 소멸을 위기로 진단하면서도 대학 사회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대언넷의 궤적에 일말의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대언넷이 슈퍼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대언넷이 추진하고 있는 교육과 협업, 정책 활동들 또한 급박한 시대적 요구 속에서 도출되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대언넷의 위기 진단과 대학 언론의 열악한 조건, 스스로가 표방한 ‘연결과 지원’의 목표와 활동, 제도권 정치가 청년 담론을 손쉽게 동원하려는 상황 속에서 대언넷이 어떻게 무게 중심을 잡아 가는지가 앞으로의 경로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대학 언론의 현황과 위기에 대해 물었다면 다음으로는 가장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대학 언론의 관점에서 대학 전반의 의제와 위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생이 체감하는 위기와 대학 사회의 붕괴
강석남 지금까지 대학 언론 의제를 이야기했다면, 이제 좀 더 확장해 대학 일반 의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오늘날 한국 대학의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듣고 싶다. 대학이 정말 위기에 처해 있는지, 그렇다면 그 위기는 어떤 위기인지, 전제나 관점에 구애받지 않고 이야기해 보자면.
심하연 대학이라고 하니까 되게 커 보이는데, 대학생으로 좀 좁혀서 이야기를 해 보면……, 대학생들은 좀 문제인 것 같다. 네트워크 이야길 좀 해 보면, 에브리타임❺이 정말 큰 문제 현상이다.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장, 커뮤니티가 에브리타임 말곤 없는 것도 사실이다.
차종관 대학의 위기를 바라보는 대학생의 관점과 기성세대의 관점이 완전히 다르다. 기성세대의 관점은 ‘학령 인구가 감소한다, 지방 대학들 싸그리 학생 안 들어올 거 아니냐,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 순으로 들어가다 보면 지방대 다 망하지 않느냐’이다. 그런데 실제로 대학생들의 문제의식은, 과연 대학에서 안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느냐, 대학이 혐오와 차별 없는 공동체냐는 것이다. 에브리타임 등에서 거기에서 혐오와 차별이 너무 심하다 보니까 공동체에 대한 냉소, 공동체 의식의 소멸 이런 것들이 과거에 비해서 더 심해졌다. 그리고 소수자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 당연해졌다. 성소수자 등 어떤 식으로든 소수자성을 가진 사람에 대한 공격이 너무나도 심각하다. 그것이 현재 대학생들이 불안해하는 지점이 아닌가 싶고, 그런 것부터 해소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대학교육이라는 게 유의미한가? 굳이 대학 4년 동안 등록금 내면서 시간을 쏟아야 될 이유가 사라진 것 같다. 대학교육이 그만큼 양질의 교육이 아니란 말이기도 하고.
학령 인구 감소가 직접적 위기 요인으로 보일 수는 있는데 이건 이미 예견됐던 거다.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불과하다. 각 대학마다 입학하고 싶을 만한 어떤 유인들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아무도 이에 골몰하지 않고 그냥 ‘입학하면 아이패드 드릴게요’ 식으로만 접근했다. 그래서 대학 위기에 관한 이야기가 대학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과 굉장히 괴리되어 있고, 내가 등록금 낸 만큼 배울 수 있는지, 내가 이 공동체에서 안전할 수 있는지 이런 물음에는 전혀 답하지 않았다.
심하연 비슷한 생각인데, 업데이트가 너무 느리다. 대학생들이 느끼고 있는 필요를 기성세대가 계속해서 캐치해 줘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했다. 인하대 사건❻ 같은 경우도 내가 학교란 공간 내에서 전혀 안전하지 못하단 걸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사례다. 그런 점에 있어서도 별다른 사회적 피드백이 없었다. 이후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세상이 빨리 변화하는 만큼 거기에 맞춰서 대학들이 대처해야 할 텐데,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강석남 오늘날 에브리타임이 거의 유일한 대학 사회 공론장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거 같다. 에브리타임 안에서 일어나는 어떤 난상들보다는, 공론장이 에브리타임 하나만 있어서 생기는 문제라고도 볼 수 있을까?
심하연 (그 문제가) 크다. 정말 괜찮은 공론장을 만들잔 이야기가 꾸준히 있었다. 예전에는 에브리타임은 학교에서 ‘어두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란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로 달라졌다. 요즘엔 20학번 친구들부터는 학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거기밖에 없으니까, 거기 있는 게 주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또 거기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내가 처음 발 들인 사회, 대학교란 곳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그 논리를 따라 가려는 친구들도 보인다. 사실 스무 살이 어떤 자신의 정체성과 확고한 삶의 방향성을 정립한 나이는 아니지 않나. 유동성 있는 나이인데, 저렇게 이야기하면 ‘나도 저기 따라가야 하나?’ 생각하고, 거기에 대해 비판적 이야길 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고. 실제로 (학생들이) 갈 데도 없다.
강석남 그렇다면 에브리타임에 공론장이라는 대학 언론의 자리를 뺏긴 것은 아닌가. 왜 빼앗겼는지, 되찾아와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차종관 그건 대학 언론들 사이에서도 난제이긴 하다. 일반 대학생들이 콘텐츠 생산자가 됐기 때문에 대학 언론의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기도 하니까. 대학 언론보다 에브리타임 게시판이 볼 게 훨씬 많고 자극적이다. 대학 언론은 옛날에는 유일한 매체였기 때문에 그 장에서 별걸 다 했겠지만, 요즘 세대는 그런 게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매체를 안 읽는 세대니까. TV도 안 보는데 무슨 대학에서 나오는 방송을 보겠나. 그래서 매체 자체의 한계가 있었던 것 같고 그건 대학 언론들이 극복해 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똑똑한 대학 언론들은 에브리타임을 잘 활용하고 있다. 대학 언론들이 학내 자치 기구이기 때문에 별도로 게시판을 주기도 한다. 그걸 활용하지 못하는 대학 언론들은 사실상 동아리화되고 있다. 스스로 존재 의의를 잃어버린 채니까. 에브리타임에 콘텐츠 제작자의 역할도, 공론장 역할도 뺏긴 건 맞는데,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다만 에브리타임이 건강한 플랫폼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심하연(왼쪽), 차종관(오른쪽). 2022년 국정 감사 때 대학 언론 탄압에 대응하겠다는 교육부의 답변을 받아 낸 활동을 발표하고 있다.
대학의 위기에 대한 대언넷의 진단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기성세대의 관점으로 대표되는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 담론과 대학생들이 대학 안에서 체감하는 위기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관찰된다는 점이다. 학령 인구 감소를 강조하는 관점이 철저히 대학의 외부로부터 제기되는 압력을 전제하고 있다면, 대언넷의 진단은 대학의 내부에서 체감하는 위기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성에 기반한 온라인 커뮤니티로 완전히 대체되어 버린 대학 내 공론장, 안전하지 못한 공간으로서의 대학, 그리고 대학교육의 당위성을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는 대학의 위기는 곧 대학 사회의 붕괴로 요약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대학 언론의 위기 또한 이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그간 대학의 위기에 대한 진단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학이 하나의 사회로서 존재할 수 없다면, 모자란 학령 인구를 꽉꽉 채워 대학 통폐합을 막아 낸다 한들 어떤 의미가 있을까.
활동으로서의 대학 언론, 운동으로서의 대학언론인네트워크
강석남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에 대학 언론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듣고 싶다.
차종관 대학 언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알려야 하니깐요’라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걸 다 뭉쳐 보면 결국엔 이런 맥락이 된다. 우리가 이 공동체에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온전하게 잘 살아가고 목소리를 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염원들. 우린 그걸 ‘대학 민주주의’라고 봤다. 거기에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문제 인식부터 문제 해결까지의 과정을 잘 취합해 주는 거라고 봤고. 그래서 앞서 이야기한 대언넷의 키워드가 그렇게 나왔다. 대학 언론이 필요한 이유를 단체의 비전에 ‘대학 민주주의의 지속적 실현’이라고 명시했다.
심하연 이어지는 이야기 같은데, 대학 언론이 기성 언론이 못 하는 일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안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줘야 한다. 사실 언론의 행태를 보면 ‘왜 쟤들은 기사를 저렇게밖에 못 쓰나’ 하는 것들이 많은데, 시의성 문제도 있고, 기사가 하루에 몇 개가 올라가야 되니까, 광고도 받아야 하니까 등 여러 이유가 있다. 대학 언론은 그런 데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 언론이 기성 언론에 비해서 역할을 못 한다거나 언론으로서 기능을 못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 많고 그만큼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대학 언론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강석남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활동’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신 것 같다. 대학생들의 활동이란 여러 의미가 중첩되어 있는 것 같은데. 대외 활동도 활동이고 대학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도 활동이라고 부른다. 후자를 과거에는 운동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학 언론은 운동인가? 대언넷은 운동인가? 대학 언론인들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나?
차종관 대학 언론은 운동이 아니다. 언론 활동이다. 운동과 활동이란 단어의 미묘한 정의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나. 언론 활동이란 건 운동과는 분명히 별개인 것 같다. 한편 대학언론인네트워크는 운동이 맞다. 다만 운동이란 단어를 너무 요새 안 쓰기도 한다. 그리고 스스로 운동가라 불릴 만한 가치가 내게 있나 생각해 봤을 때 아닌 것 같아서 활동이라 부르는 것도 좀 있다. 친구들은 ‘운동권’이라 부른다. 그래도 운동권이라는 단어가 요즘 통용되지는 않지 않나. 실제로 운동권이라 불리는 사람도 요즘 없고, NL, PD 이런 것도 없다.
스스로도 정파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도 아니고 고유의 목적에 맞는 활동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이란 단어의 정의에 맞는 걸 하고 있는 걸로 보이니 ‘언론운동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해설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소개할 때 ‘대학 언론 활동가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운동이라 하면 너무 하드하게 여기니까.
심하연 동의한다. 운동이란 단어가 약간 사어이기도 하고, 요즘에 ‘저 운동권이에요’ 하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할 것 같고 저 친구랑 깊게 엮이면 안 될 것 같고 그렇다. 그런 운동이란 단어의 무게가 있어서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되는 것 같다. 나도 똑같이 대학 언론은 운동이 아니지만, 우리가 하는 대언넷은 운동이라 생각한다.
강석남 마지막으로 《오늘의 교육》 독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차종관 너무 필요한 질문이다.(웃음) ‘대학 언론 발전 기금’이라고 대언넷이 운영하는 기금이 있다. 여기서 대학 언론 탄압 대응도 하고, 아카데미 같은 교육 사업도 운영한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계좌로 후원해 주시면 이걸로 회식하지 않고 단체의 활동 목적에 맞는 데만 쓴다. 그리고 홈페이지 정보 공개 페이지에서 사용 내역을 공지한다. 나름 비영리 단체답게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알아 주시면 좋겠다.
코로나19 이후 대학 사회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대학생들이 모일 수도, 갈 곳도 없는 조건 속에서 대학 언론을 매개로 전개되는 대학에서의 운동의 현황을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 덧붙여 대언넷 활동가들의 정체성이 활동과 운동의 묘한 중간지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으로부터 오늘날 대학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단면이 확인되기도 한다. 운동의 지향을 품었음에도 운동이라는 어휘는 사라져 가는 괴리는 대학 사회 붕괴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민주주의 실현과 더 나은 대학 사회를 위한 운동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대언넷의 주요 활동과 자체 제작 콘텐츠는 대언넷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대학 언론들이 온라인 매체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대학 언론 운동이 대학 안에서 활로를 고민하는 것만큼 대학의 바깥에서 대학 언론과 연대할 수 있는 첫걸음은 그들의 독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①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운영
② 대학 언론인을 위한 연결, 지원, 콘텐츠 제작
③ 비영리 독립 언론 〈대학알리〉 운영(대학별 독립 언론 〈N대알리〉 창간 및 네트워크 운영)
❶ “신문 수거에 방송 송출 거부… 줄 잇는 대학 언론 탄압 논란”, 〈연합뉴스〉, 2017년 3월 30일.
❷ ““학보사 기자들이 교수에게 ‘집단 항명’해 전원 해임했다”… 숭실대 ‘학내 언론 탄압’ 논란 확산”, 〈경향신문〉, 2021년 12월 9일.
❸ “대학 언론 탄압, 학칙 제·개정으로 재발 방지한다”, 〈한국대학신문〉, 2022년 12월 19일.
❹ ‘수도권 32개 대학 학보사의 연합체. 격주로 각 학보사 편집국장이 모여 본교의 주요 사안을 공유하고 학보사 공동 활동을 통해 소속 학보사 간 화합을 도모’하는 단체.(“[Y,人] 대학 언론의, 대학 언론에 의한, 대학 언론을 위한 사람들”, 〈연세춘추〉, 2020년 12월 3일)
❺ 대학생들의 시간표 작성 서비스 제공 어플리케이션으로 출발하여, 현시점 국내 최대 규모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전국 397개 대학별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 누적 가입자가 총 642만 명에 달하며 전국 대학생 90%가 가입’해 있다.(“김한이 비누랩스 대표 “대학생 필수 앱 되니 기업 러브콜 쇄도””, 〈전자신문〉, 2023년 3월 2일)
❻ ““학보사 기자들이 교수에게 ‘집단 항명’해 전원 해임했다”… 숭실대 ‘학내 언론 탄압’ 논란 확산”, 〈경향신문〉, 2021년 12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