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지성 - 위기의 대학언론…편집권·예산운영 등의 자율성 강화 우선돼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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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언론인네트워크(대언넷)와 윤영덕·강득구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실은 2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대학 내 언론자유 실현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현재 대학언론은 대학으로부터의 언론탄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수막이나 대자보를 게시하려면 대학 본부의 사전 승낙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예산삭감, 기자해임, 발행된 지면 회수까지. 대학언론뿐만 아니라, 대학생 일반 및 학생자치기구도 비민주적 학칙을 근거로 대자보 및 간행물 발행을 검열하고 금지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2년 한국의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 자유의 현실이다. 전·현직 대학언론인과 국회의원, 전문가 등이 모여 대학 내 언론 탄압을 고발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편집권, 예산 운영 등과 관련해 학생들의 자율성 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개선책의 주 골자였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대언넷)와 윤영덕·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대학 내 언론자유 실현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공동 개최해 대학 내 언론탄압의 현실을 고발하고 그 대안을 모색했다. 제정임 세명대저널리즘스쿨대학원 원장이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는 대학 내 언론 탄압 실태를 알리는 ‘증언’, 그 대안을 모색하는 ‘발제’, 그리고 ‘자유토론’의 순서로 진행됐다.

토론회에서는 대학 내 언론자유를 증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대언넷 차종관 집행위원장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대학 내 언론자유 탄압 실태를 짚어보고 제도 및 정책적 관점에서 대학 내 언론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며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토론회는 ▲이다혜(대학알리 부국장, 숭대시보 편집부장)가 사회를 맡았다. ▲최아현(전 가다[가톨릭대학교 인권 모임] 대표)은 ‘검열 없이 붙을 수 없는 대자보와 간행물'이라는 주제로 증언했으며, ▲강석찬(전 숭대시보 편집국장)은 ‘정론 직필하니 탄압당한 대학언론’을 통해 숭대시보 언론탄압 사태의 전말을 밝혔다.

▲이태영(대학주보 부장기자, 전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회장)은 ‘끊임없이 반복되어온 대학 내 언론자유 탄압' 실태를 공유했으며, ▲차종관(대언넷 집행위원장, 전 대학알리 대표)은 ‘대학 내 언론 자유 실현을 위한 솔루션 제안'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했다.

토론자로는 ▲김동운(쿠키뉴스 기자) ▲박주현(대학알리 편집국장, 대언넷 부산지역위원장) ▲김지윤(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실무위원) ▲김세준(한국체육대학보 조교) ▲조선희(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팀장) 등이 참석했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와 윤영덕·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쿠키뉴스 주최·주관으로 대학 내 언론자유 실현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29일 열렸다.


▶ 최아현 가톨릭대학교 인권모임 가다 전 대표는 ‘검열 없이 붙을 수 없는 대자보와 간행물’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해 3월 ‘가다’는 ‘성소수자, 비성소수자 새내기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학내에 내걸었다. 이 현수막은 하루 만에 사라졌다. 사전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교 측이 철거한 것이다. 이에 앞서 가다는 2020년 8월부터 2021년 3월까지 4차례에 걸쳐 학교 본부에 현수막 게시를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한 상태였다.

문제는 학칙이었다. 당시 가톨릭대 학칙에는 ‘학내 홍보물 게시에 관한 규정’이 있었다. 그 내용을 보면, 대학 차원의 공지사항, 동아리 활동, 학생단체가 주관하는 행사 홍보물, 학생들에게 유익하다고 인정되는 학술·예술·취업 등에 대한 외부 홍보물 등을 ‘게시 가능한’ 것으로 규정했다. 그런데 대학 본부는 학내 소모임인 ‘가다’를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은 동아리로 판단했다. 미등록 모임인 ‘가다’는 학내 홍보물을 게시할 권한이 없으므로 문제의 현수막을 철거하는 게 정당하다는 논리였다.

학칙의 다른 규정을 보면, ‘동아리 활동이나 학생단체가 주관하는 행사 등에 대해서는 총학생회장의 책임하에 게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학교 본부가 승인하지 않더라도, 총학생회의 양해를 얻어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 조항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학생 자치 기구의 대표격인 총학생회의 권한조차 무시하고, 학내 모든 표현물을 대학 본부가 직접 통제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톨릭대는 지난해 12월, 홍보물 게시에 관한 규정을 15년만에 처음으로 개정하면서, ‘총학생회의 허가 아래 홍보물 게시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삭제해 버렸다.

최 전 대표는 “비단 가톨릭대학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며 “대학 대부분에 홍보물 게시 규정이 있고 해당 규정이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어느 대학에서든 이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강석찬 전 숭대시보 편집국장이 대학 언론 탄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뒤이어 강석찬 전 <숭대시보> 편집국장은 지난해 숭실대 학보사 기자 해임 사건을 소개했다. 장범식 숭실대 총장은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0% 대면으로 수업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숭대시보는 취재를 거쳐 100% 대면 수업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도하려 했다. 숭대시보 주간 교수는 기사 작성을 막았다. 기자 전원이 해임됐다. 우여곡절 끝에 복직됐지만 학교의 압력과 편집권 침해는 더욱 심해졌다. 학교는 예산상의 이유를 들며 숭대시보를 조기 종간시켰다. 언론탄압에 맞서 학생들은 시위를 진행했고, 교육부 현장조사도 진행됐다. 학교 측은 숭대시보가 사실을 왜곡하는 기사를 쓰려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현장조사 결과, 숭대시보 기자들이 작성하려 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었다.

강석찬 전 숭대시보 편집국장은 “숭대시보는 일련의 사태에서도 정론직필 저널리즘을 실현하고자 했다”며 “직필하니 해임됐고, 정론을 보도하니 발행이 막혔다”고 말했다. 그는 “저널리즘에 대한 자부심과 실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카르텔이 있다는 사실을 숭대시보가 보여줬다”며 “대학 언론을 옥죄고 있었던 구조적 매듭을 풀어야 한다. 대학 언론을 향한 언론 탄압과 유사한 문제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 대학 언론 자유가 탄압받아온 역사도 언급됐다. 이태영 전 경희대 <대학주보> 기자는 각 대학에서 발생해온 여러 언론탄압 사례를 모아 발제했다. 2012년 한국외대는 총학생회 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외대학보의 지면 발행을 제한했다. 학생들이 항의 의미를 담아 자력으로 호외를 발행하자 편집장을 해임했다. 2017년 청주대학교 청대신문은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김윤배 전 총장의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는 기사를 작성, 발행했다. 청주대는 발행된 신문을 학생들이 보지 못하도록 회수했다. 같은 해 충남대학교 충대신문은 총장 비선 개입 논란 기사를 주간 교수가 문제 삼아 발행이 취소됐다. 지난 2019년 서강대학교 서강학보는 전면 백지로 발행됐다. 학교 측이 총장 관련 보도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립대뿐만이 아니다. 국립대인 서울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016년 서울대는 시흥 캠퍼스 문제를 놓고 학보사 기자들을 압박했다고 이 전 기자는 주장했다. 안팎으로 논란 중이던 서울대 이슈에 대한 보도를 줄이는 대신, 개교 70주년 관련 기사의 비중을 늘리라고 학교 측이 지시했지만, 학보사 기자들이 이에 반발하자 “광고, 예산, 인사 등의 수단으로 학보사 기자단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학보, 교내 방송 등이 대학 본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행정상 부속 기구로 편제된 현실이 있다. 그러나 이 전 기자는 대학 언론에 제공되는 재정이 학생들에게서 비롯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학내 언론 민주화를 도모할 해법은 없을까. 전·현직 대학언론인들은 학칙개정과 고등교육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태영 대학주보 부장기자는 “학생들이 발행하는 지면 역시 학칙에 저촉을 받는다. 92.4%의 대학이 간행물 발행·배표에 학교 측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지난 1980년대 독재정권에서 만들어진 학칙에서 유래했다”고 했다. 그는 “구시대적 학칙을 가지고 대학 본부와 학생들이 해묵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 차종관 대언넷 집행위원장은 이러한 문제를 법과 제도, 그리고 대학 정책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대학역량진단평가 진단 지표에 학생 자치 및 대학 민주주의에 관한 정량·정성 평가 마련 △교육부 내 학생자치 주관 부서 신설 △학생자치기구 및 대학언론 법제화 △교육부의 대학 본부 감독 기능 강화 △이사회, 대학평의원회 등에 학생 참여 보장 △법정대학생협의회 마련 및 대학생 참여 거버넌스 설치 등의 방안을 담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시했다.


차종관 대언넷 집행위원장이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한 학내 언론 민주화를 촉구했다.


■ 이 제안은 많은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대학 언론의 자유 실현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모색됐다. 토론자로 나선 김동운 <쿠키뉴스> 기자는 “교육부의 진단평가는 각 대학이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문제다. 교육부가 이런 기준을 도입하는 것은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박주현 <대학알리> 편집국장도 “대학진단평가를 바탕으로 정부 예산을 지원받기 때문에 각 대학은 많은 행정력을 투입해 좋은 평가를 받으려 한다. 거기에 이러한 지표가 들어가면 대학 측에서도 (학내 민주주의와 관련해) 상당한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희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팀장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취지와 방향성에 동의한다. 세부 내용을 면밀히 살펴 도입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지역 내 학보사끼리의 연대, 혹은 지역 시민단체·지역 언론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제안도 이어졌다. 김동운 쿠키뉴스 기자는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기자는 “학보사 구성원들은 학교 밖에서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같은 지역 내 타 학교의 소식을 공유하는 섹션을 공통으로 제작하고, 지역사회 더 나아가 지역 신문과의 연결망을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2017년 청주대학교에서 전 총장의 재판 기사를 실었다는 이유로 청대신문 발행신문 전부를 회수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시민단체들이 연대에 나섰다”고 전한 뒤 “학보사가 지역사회와 연대하고, 해당 지역의 유력지뿐 아니라 중소규모 작은 지역신문사들과 협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재정확보와 예산의 자율성 문제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박주현 대학알리 편집국장은 “대학 언론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인력난”이라며 “정부나 지자체가 대학언론을 향한 재정적 지원을 펼쳐 대학언론인의 처우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박 편집국장은 “지역언론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이 있는 것처럼, (학교의 예산 시스템과 분리해서) 대학언론에도 진흥기금이 존재해 낮은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나서야 한다. 재정과 자율성 모두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 김세준 <한국체육대학보> 조교는 “학내 언론의 자율성은 예산 독립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대학 언론이 겪고 있는 재정적 어려움의 구조를 분석했다. 김세준 조교는 “등록금 동결은 학내 신문·방송사의 예산 삭감으로 돌아오고 있다. 학생기자의 활동비는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대학 언론이 지금보다 예산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면 건전한 공론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차종관 대언넷 위원장은 “학내 언론이 교비 등에 너무 의존한다는 것이 문제다. 학생들에게 학보사의 존재 이유를 입증해 보여주고, 자발적인 후원금을 유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대학생을 대학 내 동등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지윤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실무위원은 “교육부도 대학본부도 대학생을 대학 내 동등한 일원이자 교섭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학생의 자율성과 자치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 제도 개선도 강조됐다. 조선희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팀장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현실화 방안 모색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등교육법은 학생의 자치활동은 권장·보호된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대착오적 학칙으로 학생들이 헌법상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법안을 어떻게 개정하고 법제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희 팀장은 “학교가 취재와 기사 작성, 즉 편집권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문제가 있다”며 “편집인 임명에 편집국 의견 수렴 절차를 마련하는 등 발행인으로부터 편집권을 적절히 분배받을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팀장은 “학생자치 활동 예산과 관련해서도 학생 의견을 전반적으로 수렴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등록금 책정 시 교직원, 학생,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처럼, 학생자치활동 예산과 관련해서 학생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추가 논의 기구를 도입해볼만 하다”고 했다.

좌장을 맡은 제정임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군사정부 시절 학칙으로 21세기 대학생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학생들이 대학언론인네트워크를 만들고 토론회를 마련하고 제도적 대안을 고민해서 제안하는 걸 보면서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도 봤다. 정치인도 관심을 보이고 언론도 관심을 갖기에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